01. 시장 그리고 팝아트

“옛날에 희소성 속에서 사는 한 남자가 있었다.

경제학을 통해 많은 모험과 오랜 여행을 한 끝에 그는 풍부한 사회라는 여자를 만났다. 그들은 결혼하여 많은 욕구를 낳았다.”

... 화이트헤드 Alfred North Whitehead (1861. 2. 15 ~ 1947. 12. 30)



   디지털 & 대면



기호記號(기록할기:이름호), 기호嗜好(즐길기:좋을호)는 선택의 결과이며 일정한 골을 만들어 낸다. 별개의 사물이나 이미지에 잠재되어있는 형태들을 조합해 새로움을 선사하는 꼴라쥬와 몽타주는, 자신의 출현을 위해 요소들을 선택, 구성한다는 점에서 기호의 체계와 닮아 있다.


Pablo Picasso 「Still Life with Chair-Caning, 1912」 ◀︎ / Georges Braque 「Fruit Dish and Glass, 1916」 ▲ / Richard Hamilton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 1956」 ▶︎


팝아트는 오브제의 차용借用(빌릴차:쓸용)통해, 공산품이 예술품으로 변용變容(변할변:얼굴용)되는 과정을 드러내며, 비판자의 시선으로 기호체계를 바라보지만, 일상의 사물들이 캔버스 안으로 들어와 생경함을 연출하던; 캔버스를 과감히 탈출하던; 그것이 화랑Gallery을 탈출하진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혹은 화랑으로부터의 탈출 또한 더 값비싼 귀중품이 되어 화랑으로 복귀 또는 포섭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예술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드리야르는 팝아티스트들이 ‘공범자적 미소’를 짓고 있다고 표현한다.)


The Factory / The Velvet Underground ◀︎ / Andy Warhol ▲ / Saturday night ▶︎


워홀의 팩토리를 누구도 사전상의 공장으로 이해하지 않지만 시장市場은 그곳을 고급 예술품을 찍어내는 생산 공장으로 대하며 워홀보다 더 ‘팝아티스트’다운 모습을 보인다.


Jeff Koons / 「Michael Jackson and Bubbles, 1988」 ◀︎ / 「Ballon Venus, 2003」 ▲ / 「Antiquity 3, 2009–11」 ▶︎


오브제의 사용은 전통미학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성공적으로 도입 되었고 ‘평범함의 예술을 추구’한 팝아트는 오브제의 차용을 통해 ‘사물이 무엇에 쓰이는 도구로서가 아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기호로서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 공적이 인정 되지만, 자본 시장의 기호가 제거된 그들의 사물은 인문학이라는 기호를 양분 삼아 기존의 것을 넘어서는 메타meta기호를 획득함으로 더욱 값진 상품으로 거듭 나고 있다. 그들 스스로 기호의 놀이 속에서 본인들의 작품을 벗 삼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더이상 놀랄 만한 일이 아니며, 현대의 대량 생산품들 또한 평범함을 버리고 -수적인, 의미적인- 희소함의 위치를 점령하면 예술품이 누리는 자리로 격상될 수 있음을 습득하고 있다. 팝아티스트들은 예술사적 공헌 못지않게 현대 자본사회에도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는 중이다. (패티쉬fetish 개념으로 시장 진입을 성공한 제프 쿤스는 ‘상품’과 '아우라'의 놀이를 즐기며,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의 공장장으로 당당해 보인다.)



사람들은 신을 섬기고 동경하며 신에게로 다가간다. 섬기고 동경한다는 점에서 현대 시장에서 아우라를 획득한 상품은 신의 모습과 닮아 있다. 신이 죽은 시대에 시장은 풍부한 품목에서 다양한 신의 형태를 만들어 냄으로써 특정한 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신의 부활을 성공한 것이다. 상품은 더 이상 필요하단 이유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스스로 있는 자’다.


내 주위의 일상품이 예술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을 내가 예술품에 둘러싸여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소비 시장의 시스템은 감탄할만하다. 예술을 접하는 방법은 대중화되었지만 여전히 예술품은 부의 상징이며 그것의 소유는 일부에게 편중되어 있다. 예술품을 유통하는 이들은 더욱더 그것의 가치를 높이려 할 것이며, 예술의 생산자로 규정되기 바라는 이들도 그러한 시스템에 즐겁게 합류하고 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