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린다Drawing’는 것과 그림을 ‘입력Coding’한다는 것

DATABASING the IMAGE(이하 DB the IMG)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그림 그리기 입니다. 따라서 DB the IMG에서 그리는 행위는 즉시 데이터data로 저장되며, 동시에 모니터로 출력되어 지금 그리고 있는 상황을 이미지로 확인시켜 줍니다.


디지털digital 코드code로 저장된 그림의 ‘Data정보’들은 저장매체(hard disk 등)라는 물체에 담기지만, 정보 자체는 ‘Code’로 실재實在(reality)하는 것이지, 흐르는 음악처럼 ‘실체實體(substance)’로 손에 잡히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코드化 된 그림’를 보고 만지기 위해선 디지털 신호를 ‘캔버스≒모니터 위에 그림’이라는 사물로 전환Converting하는 아날로그化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보data’와 ‘그림實體(substance)’은 명백히 구분되며 각자 별도로 존재 가능하지만, 서로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 디지털은 자신의 실존을 위해 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자신의 실존을 인간에게 증명받기 위해선 몸body이 필요함을 알고 있는 것인가?

  • 혹은 역으로 디지털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보를 특정한 형이 있는 무엇으로 변환Converting 할 것을 인간에게 요구받고 있는가?

  • (다수의 종교들이 자신의 교세 확장을 위해 성상聖像들과 상징물을 만들어 내며, 심지어 형상을 금지한 개신교는 십자가에, 이슬람은 코란의 글귀에 집착하는 것처럼) 인간은 보통 관계를 맺을 때 습관적으로 어떠한 실체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코드에 접속한다’는 말은, 인간이 코드를 실체로 용인한 후 관계 맺는 것인가?

  • 아니면 아날로그로 변환된 텍스트 혹은 이미지와 관계 맺는 것인가?

  • 만약 그렇다면 인간이 정보data와 직접 관계 맺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인가?

  • ... 인간의 뇌는 정보가 저장되는 곳인가? 정보와 실체를 연관 지어 주는 곳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분명한 것은 ; 나는 나의 노동의 결과를 디지털로 저장함(DB the IMG)과 동시에 ; 그것이 언제든 아날로그적 실체로 소환될 것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 또한 저장되는≒그려지는 정보들을 어떻게 실체화≒생산화≒작품화할지를 저장하는≒그리는 동안에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혹여 데이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하며 백업 또한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디지털이 아날로그로 전환되는 매 순간, 나의 공들인 계획들은 번번이 침범하는 조건들(모니터-프린터-출력지의 색 재현력, 출력자의 기술력 등등)의 선택을 요구받습니다. 전지전능한 창조자인 듯 착각에 빠져 주인 행세를 하며 디지털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던 나는, 그digital가 세상에 실체로 존재할 때마다 그의 앞길을 예비하는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휘 계통의 역전이 상호 능동적으로 반복될 때 요구-협조-조율이 바탕이 되는 관계를 형성합니다. 그러나 요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서로에게 요구됨이 아닌 일방적인 요구와 수용의 형태가 지속될 때 상호관계는 주종관계로 복귀됩니다. 상호적인 관계는 서로에게 요구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나의 접속이라는 행위에 대해 그digital는 출력presentation이라는 형태로 반응하며, 그의 출력이라는 행위에 나 또한 반응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순차적으로 나열해 ‘명령’으로 이해하는 것이 편한 건, 아마도 지금의 사회를 경쟁의 논리로 납득하고 행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서 모를 뿐 우리는 일상의 대부분에서 상호 관계하며 살아갑니다. 단지 나누던 것의 독점이 부의 원천이 될 때, 혹은 무언가를 이익을 주는 것으로 전환하려 할 때, 경쟁 구도가 유용할 뿐입니다. 몇몇의 이유들이 삶을 크게 좌우한다지만, 그 크다는 것이 작게 느껴질 만큼 우리의 몸은 많은 것들을 고려하며 작동합니다.



질문을 이어가 봅니다.


  • 나는 나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가?
  • 나는 나의 스마트폰을 지배하고 있는가?
  • 나는 나의 아이와 관계하고 있는가?
  • 나는 사회와 관계하고 있는가?
  • ...

  • 나는 내가 그린 그림과 관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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